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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은 출시 당시 왜 외면당했나

by 정보모둠 2025. 5. 3.

기아자동차의 EV9은 대형 전기 SUV로,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모델로 주목받았습니다. 99.8kWh 대용량 배터리, 약 500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 최신 OTA 업데이트, V2G 기능, 히트 펌프 시스템 등 기술적 강점을 내세우며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출시 후 시장에서 일부 외면을 받은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가격, 기대 대비 성능, 충전 인프라, 브랜드 이미지, 경쟁 모델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들이 초기 소비자 반응을 차갑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높은 가격과 불투명한 옵션 구성

EV9의 출시 가격은 세제 혜택 전 약 9천만 원대, 혜택 후에도 약 8천만 원대로 책정되었습니다. 이 가격은 테슬라 모델 Y, 현대 아이오닉 5, 폴스타 2 같은 인기 전기 SUV보다 훨씬 높으며, 심지어 일부 테슬라 모델 X의 보급형 트림과도 겹쳤습니다. 게다가 EV9은 옵션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원하는 사양을 맞추다 보면 최종 가격이 1억 원을 넘기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옵션 장사 방식에 불만을 느꼈고, “기아차에 1억 원?”이라는 반응이 생겨났습니다. 결국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다는 인식이 형성되며 초기 구매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기대보다 낮은 국내 인증 주행거리

EV9은 WLTP 기준 약 500km 주행거리를 목표로 설계되었지만, 국내 인증 기준은 더 엄격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인증받은 주행거리는 약 450km로, 테슬라 모델 X(560km), 현대 아이오닉 7(520km)보다 낮았습니다. 대형 SUV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장거리 주행 능력을 특히 중시하는데, EV9의 주행거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소비자 실망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어 주행거리가 10~30%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구매를 망설이게 만든 요인입니다.

부족한 초고속 충전 인프라

EV9은 350kW 초고속 충전 기능을 자랑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한국 내에서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도심에서는 일부 설치되어 있으나, 고속도로 휴게소나 지방에는 350kW 충전기가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소비자는 “스펙만 좋고 현실에서는 못 쓰는 기능”이라는 불신을 갖게 되었고, 충전 속도에 대한 장점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충전 인프라 부족은 전기차 선택에서 결정적 고려사항이 되기 때문에 EV9의 초기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브랜드 이미지의 한계

기아는 국내에서는 신뢰받는 브랜드지만, 글로벌 시장이나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여전히 약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1억 원에 가까운 고가 SUV를 구매할 때, 브랜드 가치를 중시합니다. 테슬라, 벤츠, BMW, 볼보 등은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에서 강력한 인지도를 갖고 있고, 이들 브랜드는 구매 후 만족도나 중고차 가치 유지 면에서도 우위를 점합니다. 이에 반해 기아는 “대중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해 EV9의 고급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쉽게 설득되지 못했습니다.

디자인 호불호

EV9의 디자인은 과감하고 독창적입니다. 각진 라인, 대담한 전면부, 미래지향적 조형은 호평받았지만, 동시에 호불호가 크게 갈렸습니다. 특히 전면부 픽셀형 주간주행등(DRL), 직선적인 루프 라인은 일부 소비자들에게 “투박하다” 혹은 “과하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대형 SUV 소비자층 중 보수적인 취향을 가진 중장년층에서는 EV9의 디자인이 구매 장벽으로 작용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경쟁 모델과 비교 시 상대적 약점

EV9은 테슬라 모델 X, 볼보 EX90, 현대 아이오닉 7, 벤츠 EQS SUV 등과 직접 경쟁합니다. 문제는 경쟁 모델들이 EV9보다 앞선 영역이 있다는 점입니다. 테슬라는 OTA 업데이트, 자율주행 보조, 충전 네트워크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고, 볼보와 벤츠는 고급감과 프리미엄 이미지에서 EV9을 능가합니다. 심지어 같은 그룹의 현대 아이오닉 7은 가격대에서 더 나은 경쟁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EV9은 “가성비 대형 SUV”로 자리 잡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출시 시점의 경기 침체와 전기차 시장 분위기

EV9의 출시 시점은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기 침체, 전기차 보조금 축소, 소비심리 위축이 겹친 시기였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한편으로는 충전 인프라 부족, 중고차 가치 불안, 리스·렌트 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EV9은 이런 불안한 시장 분위기에 등장했고, 가격과 기대 대비 불만 요인이 더 크게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론

EV9은 기술적으로는 혁신적인 대형 전기 SUV입니다. 대형 배터리, OTA 업데이트, V2G, 히트 펌프, 350kW 초고속 충전 등 최첨단 사양을 갖췄지만, 가격,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브랜드 이미지, 경쟁 모델 대비 약점 등이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고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설득력이 부족했고, 초기 시장에서 가성비와 브랜드 가치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였습니다. 그러나 향후 OTA 업데이트, 인프라 확충, 가격 조정,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이루어진다면 EV9은 충분히 재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초기 외면은 한때의 현상일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전기 SUV 시장에서 핵심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